내삶의 로또당첨!!/가슴에 품은 고냥이들..

울지 않는 고양이..줄무늬..(2)

=^ . ^= 2010. 7. 25. 19:26

 

 

 

 

 

 

 

 

 

 

 

 

 

 

 

 

 반점이와 울지 못하는 고양이 줄무늬 ..둘은 우애가 참 좋았습니다..

 

죽음의 큰 강을 힘겹게 건넌 줄무늬는 발랄하고 호기심 많던 성격 대신 조용하고(당연히..)아주 얌전한 고양이로,

겁많고 언제나 줄무늬뒤에 숨어 있던 반점이가 앞서서 나무에 오르고..더욱 조심스럽게 망을 보며 그렇게,

서로를 의지하며 뜨거운 여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안팎의 고양이들이 점점 서로의 영역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

문득......?

그때까지 전 고양이의 암수 구별을 할 줄 몰랐습니다.둘이 형제인지,남매인지 자매인지..궁금하더군요..

의사 선생님이랑 아는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남아는 자라면서 뒤에서 땅콩이 보인다더군요.

그런 궁금증으로 열심히 녀석들의 뒷꽁무니를 살피면서 보내던 중..

어느 날 저녁, 밖에 녀석들에게 밥을 주고 대추나무에 오르는 걸 흐믓하게 지켜보고 있었죠.

그런 저에게 한 부부가 말을 건넸습니다.."혹시 저 고양이들을 키우냐"고

제가 그 간에 일을 설명하자,아주머니께서 옆에 있던 남편에게 놀란 표정으로 말을 하시더군요..

"여보~그애들 맞잖아~죽지 않고 여기서 사네~어머...세상에..죽은 줄 알았는데.."

 

아주머니 말씀이 집 옥상에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는데 어미는 안 보이고 며칠째 울기만 하길래

집으로 데려와 일주일동안 데리고 있었는데, 손이 너무 많이 가고 젖을 안 뗀 녀석들이라 밥을 주는 걸 감당 못해서..

 남편분이 사무실로 가져 가시기로 하고 출근길에 고양이를 담은 박스를 차에 싣다가 떨어뜨려서 화단으로  다 도망을 가는 바람에 놓쳤다고요.

그 화단이 바로 저희집 옆이였네요..

"근데..3마리였는데..원래 4마리였는데 1마리만 어미가 데려가고 3마리를 안 데려갔거든..

노란 녀석이 있었는데..죽었나 보네..어쩜 좋아...그녀석이 그래도 젤 잘 따랐는데.."

 남은 녀석이라도 이렇게 살아 있어서 다행이고 걱정도 덜었다고 ..

두분이서 매일 출근할때마다 매번 혹시나 하는 맘에서 둘러보셨다고 하더군요..

그때..저희집 창문에서 순돌이녀석이 제 목소리가 계속 들리니,야우옹~함서 빨리 들어 오라고 얼굴을 내밀더군요.

순돌이를 본 아주머니..

"어?저 녀석이예요..그 노란 녀석이!!넌 안에서 살게 됐구나..참..고양이 팔자도..이렇게 한 형제인데.."

 

그렇게 우연히 세 녀석들이 형제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위 사진은 마당에 꽃화분들 앞에서 졸고 있는 순돌이..나비를 쫒다가 지쳐 쓰러짐)

 

순돌이반점이가 남자라는 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죠..치켜세운 꼬리아래 땅콩들을 보았죠..ㅋ

줄무늬는 너무도 조심스럽고 겁이 많아진건지 저에게 뒷모습도 안 보여줘서..알 수가..

호기심도 목소리와 같이 잃어버렸는지..보이지 않는 철망에 갖힌 아이같았습니다.

불러도 오질 않고 반점이가 움직여야만 같이 움직이고 반점이가 어딜 가고 없으면 꼼작하지 않고 망부석처럼 한자리를 지키고..

 

한참 지나서야 알게 됐죠..줄무늬가 소리에도 반응을 안 한다는 걸요..

참 많은 걸 목숨과 맞바꾸었더군요..

그래도 살아주어서 고맙고..저에 울타리 안에서 살아만 준다면..다행이다..했습니다..

그렇게 험한 세상 조심스럽게 살자꾸나..둘이 의좋게 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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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점이줄무늬는 다행이 큰 병치레 없이 저와 같이 가을 하늘을 보았습니다.

하루 하루 지날수록 반점이는 멀리 동네 탐방이 잦아지고 줄무늬는 점점 망부석이 되어 가고..

허나 이상하게 그렇게 기다리던 ..외출하고 온 반점이에게 잘 다가가질 않더군요..같이 밥도 먹질 않았습니다.

반점이에게서 낯선 냄새를 맡았는지..저로서는 알 수 없는 둘만의 문제..

혼자가 되면 나무위로 올라가 창문을 쳐다보는 줄무늬.. 저와 줄무늬와의 좁혀지지 않는 거리..

 녀석의 눈은 슬퍼 보이고, 녀석을 보는 저도 슬펐습니다.

 

언제나 처럼 동네 한바퀴를 돌다 온 반점이줄무늬에게 저녁을 주러 나왔습니다.

 줄무늬..절 보고도 도로 한가운데 앉아서 꼼작을 하질 않네요.

반점이에게 요즘 들어 단단히 삐진건지..같이 밥을 먹지 않습니다.

잘 안먹는 것도..도로 한가운데 있는것도 걱정이 돼서 불러 보지만 하~듣고 있질 않으니..

 

해는 졌지만 가로등이 켜지지 않은 어스름한 초저녘...

보다 못해 그녀석 앞으로 따로 밥을 주려고 일어나 녀석에게 가는 순간...

전..그자리에서 꼼짝을 할 수가...

눈앞에서 차가 줄무늬 머리를 치였습니다..그리고 제 앞섶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저를 분명히 봤을텐데..그냥 가더군요..헤드라이트도 켜지 않은 그 차..

몸부림치는 줄무늬를 붙잡기 위해 그 차를 뒤쫒을 겨를도 없었습니다.

 왜 그 날따라 차들은 계속 지나가는지....집안에 있던 작업실 후배가 한참을 지나도 제가 안들어오자 찾으러 나와서,

지나가는 차사이로 넋놓고 횡설수설하고 있는 저와 처참한 줄무늬를 보고,박스와 비닐을 가져왔더군요...

한동안 뭍에 나온 바다물고기처럼 퍼덕이던 줄무늬가 잠잠해졌습니다..그제서야,그녀석을 안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저..후배가 그 녀석을 박스에 담고 뒷수습을 하는 걸 지켜보고만 ...

정신을 차려보니 전 인터넷에서 반려동물 장례업체를 찾고 있더군요...장례차가 오고,오신 분이" 같이 가실거죠" 하고 묻더군요..

전 갈 수가 없었습니다.다음날 아침 출근시간 전까지 끝내서 보내야 할 일이 있었기에..

 

그 외로운 길을 홀로 보내야했습니다..마지막 가는 그 길을 한번 쓰다듬어 주지도 못했습니다..

그분께 그저 "제발 잘 부탁드립니다..불쌍한 아이예요..조심해서 다뤄 주세요.."부탁드리는 게 전부였습니다.

같이 못가서 너무 미안하다고...그 말만 되내이면서..무슨 정신으로 일을 끝냈는지 모릅니다..

 

 

 살아있을때 사진 한장 찍놓은 게 없건만..

움직일 줄 모르는 녀석의 장례식 동영상과 그녀석 얼굴대신..추모글과 가려진 녀석의 관사진이 ..

품에 거둘 수 없던 녀석이 ....너무나 작아져서 제 손에 왔더군요..

 

오랫동안 망연자실해있는 저에게 후배는 이제 그만 하라고..길냥이와는 더 인연 두지말라고 부탁하더군요..

집안에 동물들도 생각하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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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정신을 차리게 한건..또 다른 길냥이 반점이였죠..모든 걸 지켜본 반점이..

그녀석 때문에..그 날이후로 담 사이에서 안 나오는 녀석때문에 정신차려야 했습니다..

그래..내 손으로 시신이라도 거둔게 어디냐...살아가야 하는 동물들을 생각하자..

눈치빤해서 저녁마다 내눈치보며 기죽는 멍이들과..천방지축인 순돌냥이,담에서 나오지 않는 짠한 녀석이 있다..

 

 줄무늬는 지금 저희집 화초들과 같이 숨쉬고 자라고 있습니다..저도 줄무늬와 같이 숨을 쉽니다..

나무를 타길 좋아하던 줄무늬..그래서 그런지 저희집 화초들은 다 위로만 자라네요.

 

 줄무늬를 담아왔던 그릇은 해마다 화초들의 분갈이를 위한 뿌리내리는 화병으로의 역활을 합니다..

올해는 다육이들이 그 안에서 새하얀 잔뿌리를 내리고 새 화분으로 이사를 갈 겁니다..

 

 

 

 

줄무늬는 그렇게 제 마음을 후비고 갔지만..

녀석은 부디 부디 무지개 다리 너머 고양이왕국에서 좋은 기억만 가지고 행복하길 기원합니다..